상담을 하다 보면 첫 미팅에서 기능이 스무 개 넘게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나하나 들어보면 다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그대로 만들면 일정은 두 배가 되고, 정작 문을 연 뒤에 쓰이는 기능은 그중 절반이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초기 상담에서 "그 기능은 지금 넣지 마시죠"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못 만들어서가 아니라, 지금 만들면 손해라서 그렇습니다.
기능은 만들 때 한 번 비용이 드는 게 아닙니다. 만든 뒤에도 계속 듭니다. 화면이 하나 늘면 그 화면에서 생기는 오류를 봐야 하고, 다른 기능을 고칠 때마다 같이 확인해야 합니다. 사용자가 거의 안 쓰는 화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더 큰 문제는 판단이 늦어지는 것입니다. 기능이 많으면 출시가 늦어지고, 출시가 늦어지면 실제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는 시점도 그만큼 밀립니다. 그 사이에 만든 것들은 짐작으로 만든 것입니다.
만들기 전에 하는 모든 판단은 짐작입니다. 짐작으로 만든 양이 많을수록 틀렸을 때 버릴 것도 많아집니다.
저희가 기준으로 삼는 건 단순합니다. 이 기능이 없으면 서비스가 성립하지 않는지 묻습니다. 예약 서비스라면 예약이 되어야 하고, 쇼핑몰이라면 결제가 되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처음에 만들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것들은 대체로 미룹니다.
미룬다는 건 안 만든다는 뜻이 아닙니다. 문을 열고 실제 사용을 본 뒤에 만들면, 그때는 짐작이 아니라 근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순서만 바꿔도 같은 예산으로 더 쓸모 있는 것이 남습니다.
견적을 낼 때 기능을 두 묶음으로 나눠 드립니다. 지금 만들 것과, 열고 나서 판단할 것. 두 번째 묶음은 금액도 같이 적어두되 이번 계약에는 넣지 않습니다. 나중에 필요해지면 그 항목만 추가로 진행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처음 나가는 비용이 줄고, 문을 여는 시점이 당겨집니다. 무엇보다 두 번째 묶음 중 상당수는 실제로 열어본 뒤에 "이건 필요 없겠다"로 정리됩니다. 그게 가장 크게 아끼는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