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무소의 부가세 신고 업무는 구조가 단순합니다. 고객사마다 홈택스에서 세금계산서를 내려받고, 엑셀로 정리하고, 항목별로 분류한 다음, 신고서 양식에 옮겨 적습니다. 문제는 이 단순한 일이 고객사 수만큼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저희가 만든 곳은 고객사가 2,500곳이었습니다. 신고 기간이 되면 이 과정만으로 사무소 전체가 몇 주를 씁니다.
자동화를 설계할 때 새로운 방식을 만들려고 하면 대개 실패합니다. 실무자가 이미 손에 익은 순서가 있고, 그 순서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면을 새로 발명하지 않고, 하던 순서를 그대로 두되 사람이 하던 손동작만 프로그램이 대신하게 했습니다.
수집을 누르면 홈택스에 접속해 자료를 가져오고, 가져온 자료는 과세·면세 항목별로 분류해 합산합니다. 그 결과가 신고서 양식에 그대로 채워집니다. 실무자가 하는 일은 확인과 예외 처리로 줄어듭니다.
자동화의 목표는 사람을 빼는 게 아니라, 사람이 판단할 것만 남기는 것입니다.
외부 사이트에서 자료를 가져오는 일은 우리 쪽 코드만 잘 짜서 되는 일이 아닙니다. 상대 화면이 바뀌면 멈추고, 응답이 느려지면 중간에 끊깁니다. 그래서 실패를 전제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세 번째가 중요했습니다. 숫자가 0으로 나올 때 그게 "거래가 없음"인지 "수집 실패"인지 구분되지 않으면, 실무자는 결국 전부 손으로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면 자동화한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 프로그램은 웹이 아니라 사무소 PC에 설치하는 형태입니다. 세무 자료는 밖으로 나가면 곤란한 정보이고, 실무자들이 이미 설치형 프로그램에 익숙했습니다. 최신 방식이 항상 맞는 건 아니고, 그 업무가 돌아가는 방식에 맞추는 편이 낫습니다.
대신 설치형은 업데이트가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램이 실행될 때 새 버전을 확인해 스스로 갱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실무자는 업데이트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