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시스템 상담은 엑셀 파일을 보여 주시는 것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트가 열몇 개 있고, 색으로 상태를 구분하고, 맨 오른쪽에 담당자만 아는 메모 열이 있습니다. 몇 년 동안 그 파일 하나로 회사가 돌아갔습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엑셀은 나쁜 도구가 아닙니다. 혼자 또는 두세 명이 쓰는 동안에는 어떤 시스템보다 빠르고 유연합니다. 그 단계에서 시스템을 만드는 건 돈을 쓰는 일이지 버는 일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일이 생기기 시작하면 엑셀의 한계에 온 것입니다.
마지막 항목이 가장 위험합니다. 업무가 파일이 아니라 사람 머릿속에 들어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요청이 "이 엑셀이랑 똑같이 만들어 주세요"입니다. 마음은 이해합니다. 익숙한 모양이 바뀌면 직원들이 싫어하니까요. 그런데 그대로 옮기면 웹으로 된 불편한 엑셀이 하나 생길 뿐입니다. 엑셀보다 느리고, 엑셀보다 고치기 어렵습니다.
엑셀의 열은 그때그때 필요해서 붙인 것들입니다. 그중에는 다른 열에서 계산하면 나오는 것도 있고, 예전에 쓰다가 이제 아무도 안 보는 것도 있습니다. 옮기기 전에 먼저 할 일은 그 열들이 각각 어떤 일을 위해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옮겨야 하는 건 엑셀의 모양이 아니라, 그 엑셀로 하던 일의 순서입니다.
한 번에 전부 옮기려고 하면 반년이 걸리고, 그 사이 업무는 또 바뀝니다. 저희는 보통 이 순서로 나눕니다.
반대로 한 달에 한 번 대표님만 보는 집계표 같은 건 뒤로 미룹니다. 자료가 시스템에 쌓이기 시작하면 그런 표는 나중에 훨씬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급하면 엑셀로 내려받아 예전처럼 보셔도 됩니다.
몇 년 치 엑셀을 전부 넣어 달라는 요청도 많습니다. 넣을 수는 있지만, 오래된 자료일수록 형식이 제각각이라 정리하는 품이 많이 듭니다. 대개는 지금 진행 중인 건과 최근 1~2년 치만 옮기고, 그 이전 것은 파일로 보관하는 쪽을 권합니다. 실제로 열어 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처음 한두 달은 엑셀과 시스템을 같이 쓰는 기간을 둡니다. 번거롭지만 이 기간에 빠진 것이 드러납니다. 엑셀에만 적고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게 시스템에 아직 없는 기능입니다.